어센더즈
“당신은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습니까?”
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힘들다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세이 과제다. 질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바뀌지만, 하버드는 꾸준히 학생들에게 실패 경험을 적도록 한다. 세계 최고에게 요구되는 것은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에센태스크 헤드헌팅 사업은 그야말로 실수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노트북 하나 덜렁 들고 나와 시작했으니 모든 것을 부딪쳐 배워야 했다. 시간이 지나고 수없이 많은 잘못을 경험하고, 그것들을 극복하고 나서야 이제 겨우 번듯한 사업체 형태를 갖추게 됐다. 그 과정은 길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다.
새로운 비즈니스인 어센더즈 채용 사이트를 준비하면서는 조금 수월하게 진행하고 싶었다. 일전에 겪은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나도 실패로부터 무언가 배워야 했다. 이때 내가 의지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책이었다. 새로운 시도였으니, 딱히 조언을 해 줄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대학 시절 배운 것과 현실 사업에는 차이가 있었다. 졸업장만 들고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었으니 책 이외에는 대안도 없었다.
퇴근 후에 근처 서점에 가서 스타트업 관련 서적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을 어느 정도 해 온 사람 입장에서 읽으려니 영 현실과 맞지 않는 면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관련 책들은 ‘사업계획서 작성’과 ‘투자 유치’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란 게 뭔가? 간단히 말해 내 일을 하는 것, 사업을 ‘시작(Start)’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내가 경험한 사업의 본질은 사업계획서도 아니고 투자도 아니다. 나 자신은 번듯한 사업계획서는커녕 누군가에게 10원짜리 한 장도 투자받은 적이 없다.
생존과 경쟁력, 얼마나 절실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그 아이템에 차별화를 적용할 수 있는가, 즉 자생력과 경쟁력이 있는가. 이런 진짜배기 고민이 더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은 완성도 높은 사업계획서보다는 불안정하고 거친 실행이 우선이다. 투자 유치보다는 일단 순수하게 초기 아이템만을 가지고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발전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사업은 그래서 잘 만들어진 PPT 위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되었을 때 비로소 현장에서 움직인다.
바다에 들어가려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나가는 잠수함을 우연히 만날 궁리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 좋은 물안경, 산소탱크, 오리발을 갖출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일단 물 속에 들어갈 용기와 살아야겠다는 절실함, 가고자 하는 곳에 어떻게든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가 그 어느 스타트업 창업 기법이나 기술보다 앞서야 한다.
난 내가 수영을 잘한다고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실제로 수영을 잘하지도 못한다.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수영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이 책을 쓴 것은 결코 아니다. 수영하는 방법을 몰라도 일단 바다에 뛰어드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절실함과 실행할 용기가 그 어떤 튼튼한 배보다 든든한 사업의 원동력이 되리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다.
아울러 이 글을 쓰면서 나 또한 나의 절실함과 용기를 돌아보고 새로운 바다에 들어 가기 앞서 보다 크고 건실한 다짐을 해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깊은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깊은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바다는 저 앞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또 한 번 절벽, 바다 앞에서 선다.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