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하)
카프카의 《심판》은 주인공 요제프 K가 아무런 죄도 없이 그리고 자시 자신은 까닭도 모르면서 재판에 휘말리는 과정을 묘사한 장편 소설이다. 그는 누가, 왜 그를 기소했는지도 모른다. 알고자 하지만 그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를 심판하는 판사나 사법부도 결코 알 수 없다. 그저 우중충하고 기괴한 다락방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쌓인채 예심을 받을 뿐이다. 그를 도와주고자 하는 숙부나 변호사, 혹은 화가 또한 그가 결코 알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신부 또한 그저 <법 앞에서>란 우화를 들려줄 뿐이다. 약 1년이라는 그저 무의미한 투쟁 끝에 요제프 카는 결코 알 수도 없을 죄목과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게 처형된다.
《심판》은 분명 무의미해 보이는 상징들로 가득찬 정말 무한하게 해석될 여지가 열려 있는 그런 소설이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상,하)로 분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