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
혜경궁 홍씨는 조선 후기 여성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녀는 영조의 며느리, 사도세자의 부인, 정조의 어머니, 순조의 할머니로서 정치판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지만, 궁궐에서 칠십 년 이상을 살면서도 궁 안의 모든 일을 직접 듣고 경험하였다. 특히 한국사에서 가장 엽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인 사건의 중요한 증언자다. 따라서 혜경궁에 대한 세상에 인식도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어 남편을 여윈 불쌍한 아내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한중록』을 꼼꼼히 읽어 보면, 남편에 대한 절절한 정과 그리움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혜경궁이 슬퍼한 것은 남편이 죽은 다음 자기 친정의 부모 형제가 당한 고통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혜경궁의 회고록이라 할 수 있는『한중록』을 토대로 여러 사료를 참고하여 영조 시대의 한 가운데서 궁중 생활을 겪어냈던 그녀의 삶을 통해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까지 이어지는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