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놔달라고요?”
“…….”
“어떻게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 제 세상은 이미 아가씨뿐인데. 저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도 아가씨잖아요. 아가씨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잖아요. 그렇다면 책임을 지셔야죠.”
슈가는 차게 식은 낯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흩었다. 예민한 피부에 차가운 손가락이 닿자 아일라가 흠칫 떨었다.
“아가씨가 무엇을 두려워하든 상관없어요.”
뺨을 타고 올라가는 손이 흰 뱀처럼 미끄러진다.
“그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든 간에, 전부 잊어버리게 해줄 테니까.”
집요하게 시선을 쫓는 은회색 눈동자가 기어코 그녀를 옭아매고야 만다. 슈가가 흑단 같은 검은 머리칼 아래 감춰진 목덜미에 깊숙이 입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