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달동네
숭고한 영혼이 지나치던 곳을 조금 더 걸었을 즈음 가게 앞 평상에는 늘어진 경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경호는 술을 많이 먹은 것으로 보안다. 남자다운 호남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호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닐까. 경호는 평상시 대화할 때 결점을 찾지 못할 만큼 겸손한 모습을 자주 보요준다. 공손한 말씨의 경호는 추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오른다.
멀리 전등불 아래 길가에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이 모인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술병을 잡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곁을 스치자 파랑새를 찾는 소리가 드린다. 공연이 시작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최종수 그의 공연은 언제쯤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을까. 마을버스 종점을 지나 언덕에 올라 달동네를 내려다 본다. 전주집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삼일장을 치루기 위해 월화수목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씁쓸하고도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