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수다
책 소개
필자에게 오는 메일 대부분은 집에 관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메일을 보내는 연령층이 젊어지면서 메일의 상당수가 <목수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다.
호주는 목수가 1등 신랑감이다. 필자가 미국과 캐나다 목조주택 현장을 둘러보고 왔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주류는 아니어도 기술만 있으면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또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은 임금이 높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지금도 여전히 <아파트공화국>이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그야말로 이상한 나라다. 그 끝날 것 같지 않는 아파트 신화가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 얼어붙은 동토의 땅 속 깊은 곳에 봄을 알리는 전령이 흐르는 것처럼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도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이 지금은 미약하지만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목수의 길은 서럽다. 지속가능한 일이 없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하다.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 보상보험)도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20년 현재에도 목수라는 직업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게 무슨 근거로 그렇게 보는 걸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목조주택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일 년에 100채 이상을 짓는 시공회사가 여럿 생겼고, 그 이하 50~60채를 짓는 회사는 많이 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일을 쌓아놓고 하는 회사는 여전히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목수의 삶은 서럽지만 결국은 우리 사회 전문직으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뭐~ 그냥 목수의 삶으로 산다고 해서 다 그리 되는 것은 아니고 목수로서의 삶을 천직으로 알고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갖춘 목수만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지금도 구멍가게와 같은 회사지만 사장이 현장에서 공구주머니 허리에 두르고 현장을 지휘하며 일을 하는 현장 목수사장은 일 년 내내 일이 끊이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하물며 목수일이겠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만지며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마는 문제는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수의 길로 들어섰다면 그 일을 <손이 베일만큼 해야 한다.> 손이 베일 만큼이라는 말은 자신이 사용하는 각종 연장으로부터도 손을 베이지만 그것보다는 목수의 길로 처음 가고자 했던 그 마음을 가슴 깊은 곳에 시퍼렇게 살아있는 자신의 꿈이라는 칼에 베일만큼 하라는 것이다. 목수는 세상에서 가장 영리하고 가장 인내심 있으며 가장 강하니까. 그럼 처음 자신이 꿈꾸었던 그 꿈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해 냈는지,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지금의 고단함을 잠시의 어려움이고 이 순간이 지나면 찬란한 햇살이 자신을 비출 것이고 몇 년 후 근사해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진 자신을 채찍질 하고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걸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으라는 것이다.